(2017/06/20) 한목협 제19회 전국수련회 기조발제 논찬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해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에서 개최하는 제19회 전국수련회에서 루터대학교 실천신학교수 이말테 박사의 기조발제에 대해 논찬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말태 박사께서 발표해 주신 주제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에서 바라본 한국교회’는 그 내용면에서 시급하게 제2의 종교개혁을 요구 받는 한국교회에 실제적 개혁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먼저 발표자는 한국 개신교회가 당면한 본질적 위기를 루터의 종교개혁의 정신과 사상에서 찾으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발표자는 논고에서 종교개혁이 시작된 원인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이신칭의의 재발견이고 또 하나는 면죄부를 판매한 것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신칭의의 재발견은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는 해석하는 길을 제공했고 베드로 성당의 신축을 위해 저질러졌던 부정은 루터가 95개 논제를 작성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 것은 한국 개신교의 보편적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개혁 논쟁과 더불어 발표된 루터의 세 가지 글, 1)독일 그리스도교 귀족들에게 고함 2)교회의 바빌론 포로에 관하여 3)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하여 라는 글은 천주교회의 사제중심과 위계질서를 반대했고 만인제사장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과 부합된 주장으로서 당시나 지금의 시대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발표자는 이런 사실에 기초하여 종교개혁이 단순한 개인의 구원을 넘어 일반교인들의 존엄성의 회복을 통해 인권과 평등사회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었고 이러한 관점에서종교개혁이란 교회를 넘어서 사회를 변혁한 “큰 개혁” “대 개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개혁의 지평을 넓히는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발표자는 논고를 통해 루터의 종교개혁이 기여할 만한 것으로 한국개신교회와 500년 전의 천주교회 사이의 공통점을 10가지로 제시하면서 개혁의 실천적 요소를 루터의 입장에서 묻고자 한 것도 의미 있는 주장이었다고 본다.

발표자는 먼저 루터의 예배정의인 토루가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한국개신교회의 예배가 그 용어적 의미에만 보더라도 인간의 행동만 표현되는 율법주의적 예배 이해에 놓여있다고 지적했고 둘째로 루터시대 교인들이 돈으로 면죄부를 산 행위와 현제의 더 좋은 삶을 위한 한국 개신교회가 약속하는 기복신앙과 비교함으로 하나님의 은혜나 복을 얻기 위해 재물로 하나님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으며 셋째, 한국 개신교회가 한 때 루터처럼 천국 입장권을 선행, 즉 모범적 종교적 행동을 통해 얻으려 착각 하는 사람들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 밖에도 교회가 지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악용한다든지 교회의 교권주의, 성직매매, 목사들의 지나친 돈에 관한 관심과 잘못된 사용, 목사들이 교회를 개인적 소유로 착각하는 것, 목사들의 도덕적, 성적 타락과 많은 목사들의 낮은 신학적 문제들이 이미 루터 시대에도 있었던 공통점임을 지적하였다. 덧붙여서 화려한 교회건물을 건축하려는 것도 공통점으로 지적하면서 한국 개신교회가 500년 전에 천주교회처럼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우리가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고민하고 있는 주장이라는 면에서 별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발표자는 한국 개신교를 위한 개혁을 제안하면서 단순한 모범을 따르고 upgrade를 넘어서서 교회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알면서도 행하지 못했던 사실들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부단한 노력과 연구와 성찰의 필요성에 도전을 주고 있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하겠다. 특히 발표자는 목회자의 수준 높은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교회 또한 사회적 역할 회복을 위한 기독교 윤리 회복과 기여가 중요함을 주장하면서 논고를 맺고 있는데 이 또한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개혁의 과제들인 것이 분명하다.

본 논찬자는 기조발표내용이 현재 우리 개신교회가 강력한 개혁의 요구 앞에 서 있으면서도 그에 합당한 응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다시 한 번 개혁의 그 절박함과 필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몇 가지 견해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발표자가 지적하는 10가지의 조항이 크게 한국 개신교회의 병폐 중 ‘물질주의’와 ‘기복신앙’, ‘교권주의’로 압축되는 바, 이러한 문제들의 개혁을 논함에 있어 한국교회가 가진 전통 및 역사성에 대하여 단순한 논리를 넘어 보다 구체적인 고찰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 한국교회에 내재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종교개혁 당시의 그것과 결과론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원인이 500년 전의 유럽과 동일한 역사·문화적인 배경을 통해 발생된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질주의에 관하여는, 종교개혁 이전 천주교 신부들의 중세적 축부론 및 재물론과, 칼빈의 신앙적 전통 위에 근대 자본주의적 경제 발전론이 착종되어 형성된 한국 개신교의 근대적 자본주의 사상은 그 역사적 배경과 맥락이 서로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복신앙에 대하여도 단순히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을 논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자학적인 ‘禮’의 의미, 전통 의례의 윤리적 근거,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이 한국 개신교회의 신앙 양태와 착종되는 과정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둘째, 발표자 및 종교개혁지 탐방 참여자들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몇 가지 한국교회의 전통과 신앙행위에 대해, 그 부정적인 영향 뿐 아니라 그것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선기능에 대해서도 다각화된 고려가 요구된다. 90년대 이후 기복신앙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목회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그것을 혁파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기도에 들어있는 기복적인 신앙태도가 많이 개선되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반작용으로 교회 내에서 기도의 열기가 사라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십일조 또한 목회자들이 그것의 강제성에 대한 찬반 여부를 논하는 가운데, 십일조에 대한 의무감 뿐 아니라 십일조를 드리는 행위를 거부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발표자가 지적한 대로 열심히 공예배참여하고, 십일조내고 기도하고 성경읽고 전도하는 사람을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의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오히려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런 신앙적 행위들은 믿음의 성숙과 신앙의 확신 및 표현으로서의 선기능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마 23:23)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는 한국교회로서는 다시금 깊이 묵상해보아야 할 말씀이라 생각된다.


셋째, 발표자가 지적하는 개혁의 내용이 주로 목회자에게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종교 개혁에 대한 평신도들의 생각과 의식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에 대한 자료로서는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한국 갤럽’에 의뢰해 지난 1998년에 발표한 ‘크리스천의 교회활동과 신앙생활의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주)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2013년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생활에 관한 총체적 분석 보고서인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도서출판 URD)가 보다 확실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논고는 루터 시대와 오늘날 우리의 시대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비교, 검토하면서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실천적 개혁의 방향성에 관해 훌륭한 제안을 해 주셨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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